자녀가 취업이나 결혼으로 독립한 뒤 집이 조용해지면서 허전함을 느끼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빈둥지증후군의 의미와 중년 부모의 마음 변화를 알아봅니다.

자녀가 어릴 때 부모의 하루는 대부분 자녀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아침을 챙겨주고,
학교에 보내고,
학원 시간을 확인하고,
진로를 걱정하고,
늦게 들어오면 기다립니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살다 보면 ‘부모’라는 역할이 자신의 삶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자녀가 취업을 하거나 결혼하면서 집을 떠납니다.
처음에는 홀가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 조용한 방을 바라보다 보면 이상한 허전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이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 빈둥지증후군(Empty Nest Syndrome)입니다.
빈둥지증후군은 무엇일까요?
새가 자라 둥지를 떠난 뒤 텅 빈 둥지만 남아 있는 모습에 빗댄 표현입니다.
자녀가 독립한 뒤 부모가 외로움, 상실감, 허전함 등을 경험하는 현상을 일상적으로 이렇게 부릅니다.
다만 모든 부모가 자녀 독립 후 힘들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심리학회(APA)가 소개한 연구들에서는 자녀가 떠난 뒤 오히려 부부관계나 삶의 만족이 좋아지는 부모들도 보고되었습니다.
즉,
자녀 독립 = 반드시 우울해진다
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의미가 다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허전할까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역할의 변화입니다.
예를 들어 25년 동안 매일 저녁 자녀의 식사를 준비했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어느 날부터 저녁을 준비할 사람이 없어집니다.
단순히 밥을 덜 만들게 된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도 함께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허전함의 핵심에는 이런 질문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지?”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정체성(identity)의 변화와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정체성이란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마음속의 설명입니다.
“나는 엄마다.”
“나는 아빠다.”
라는 정체성이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자녀의 독립은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만드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자녀가 떠났다고 관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녀가 독립하면 부모와 자녀의 관계도 달라집니다.
어릴 때에는 부모가 자녀를 관리하고 보호해야 합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뒤에는 관계가 점차 보호자와 아이의 관계에서 성인과 성인의 관계로 변화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조금씩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밥은 먹었어?”
“왜 연락이 없어?”
“언제 집에 올 거야?”
라는 질문만 반복하기보다,
“요즘 어떤 일이 가장 재미있니?”
“힘든 일은 없니?”
처럼 한 사람의 성인으로 바라보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빈 공간에는 무엇을 채워야 할까요?
자녀가 떠난 자리를 무조건 다른 일정으로 꽉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 역할 밖에 있던 나를 다시 발견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좋아했던 취미를 떠올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배우자와 둘이 해보고 싶었던 일을 시작해도 좋습니다.
친구를 만나도 좋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도 좋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습니다.
20년 동안 다른 사람을 중심으로 살다가 갑자기 자신의 욕구를 묻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부터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나는 부모이기 전에 무엇을 좋아하던 사람이었지?”
허전함도 자연스러운 적응 과정일 수 있습니다
중국 농촌지역의 60세 이상 부모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자녀와 떨어져 사는 ‘빈둥지’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외로움과 우울 증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외로움이 중요한 연결 요인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특정 지역과 연령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므로 모든 중년 부모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결과는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녀가 집에 있느냐 없느냐 하나가 아닙니다.
자녀가 떠난 뒤에도 배우자, 친구, 이웃, 취미, 활동 등 새로운 연결을 유지하고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자녀의 독립은 부모 역할의 끝이 아닙니다.
오히려 관계의 형태가 바뀌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오랫동안 뒤로 미뤄두었던 나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하는 시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2003). An empty nest can promote freedom, improved relationships.
Wang, G., Hu, M., Xiao, S.-Y., & Zhou, L. (2017). Loneliness and depression among rural empty-nest elderly adults in Liuyang, China: A cross-sectional study. BMJ Open, 7(10), e016091. https://doi.org/10.1136/bmjopen-2017-016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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