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가 대화를 하지 않게 되는 이유, 마음이 멀어진 걸까

50대가 되면서 부부 사이의 대화가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화가 없다고 반드시 사랑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중년 부부의 심리를 알아봅니다.

젊었을 때에는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눴던 부부가 있습니다.

전화도 자주 하고,

퇴근 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주말이면 무엇을 할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결혼한 지 20년이 넘어가면서 대화가 점점 짧아집니다.

“밥 먹었어?”

“응.”

“내일 몇 시에 나가?”

“아홉 시.”

어느 순간 대화가 거의 생활정보 전달만 남습니다.

이럴 때 한쪽 배우자는 생각합니다.

“우리 사이가 끝난 걸까?”

하지만 대화의 양이 줄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랑이 끝났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살면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 많아집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설명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가족은 어떤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20년을 함께 산 부부는 이미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내가 냉장고 문을 열면 남편은 무엇을 찾는지 짐작하기도 하고,

남편이 표정만 굳혀도 아내는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음을 알아채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말의 양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말이 줄어드는 것 자체보다 감정까지 공유하지 않게 되는 경우입니다.

싸우기 싫어서 말하지 않는 부부도 있습니다

어떤 부부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대화를 줄입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말해봐야 싸움만 나니까 그냥 참자.”

한 번은 괜찮습니다.

두 번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몇 년 동안 반복되면 상대방은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됩니다.

마음속에는 서운함이 쌓여 있는데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생활하는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갈등 상황에서 한 사람이 문제를 이야기하려 하고 다른 사람이 대화를 피하는 형태를 요구-철회 패턴(demand-withdraw patter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하면 한쪽은

“우리 얘기 좀 해.”

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또 시작이네.”

라며 피하는 방식입니다.

이 패턴이 반복될수록 두 사람 모두 대화 자체를 피하게 될 수 있습니다.

대화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부부인 것도 아닙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연구에서는 관계 만족도가 높은 부부가 대체로 더 긍정적이고 덜 부정적인 의사소통을 보이는 경향이 확인됩니다. 그러나 의사소통이 이후의 관계 만족도를 일방적으로 결정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관계 만족과 의사소통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하루에 몇 시간 이야기했느냐가 아닙니다.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했느냐입니다.

두 시간 동안 서로를 비난하는 것보다 10분 동안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는 것이 관계에 더 의미 있을 수 있습니다.

대화를 다시 시작하려면 ‘문제’부터 이야기하지 마세요

대화가 끊긴 부부가 흔히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얘기 좀 해.”

이 말을 듣는 순간 상대방은 긴장할 수 있습니다.

대화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처음부터 관계 전체를 평가하기보다 작은 질문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 점심은 뭐 먹었어?”

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늘 하루 중에 제일 힘들었던 일이 뭐였어?”

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또는,

“요즘 당신이 가장 걱정하는 게 뭐야?”

라고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해결책을 바로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배우자가 힘든 이야기를 했을 때,

“그러니까 내가 전에 말했잖아.”

라고 하기보다

“그랬으면 많이 답답했겠다.”

라고 반응하는 것입니다.

이런 반응을 정서적 반응성(emotional responsiveness)​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주고 반응해주는 것입니다.

부부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대화입니다

50대 부부가 다시 20대 연애 시절처럼 이야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관계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대화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두 사람에게 필요한 새로운 대화방식을 만드는 것입니다.

자녀가 독립하고,

은퇴가 가까워지고,

건강이 달라지고,

부모를 돌봐야 하는 중년에는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깁니다.

그래서 가끔 이런 질문을 서로에게 해보면 좋습니다.

“우리 앞으로 10년은 어떻게 살고 싶어?”

20년 동안 함께 과거를 만들어왔다면 이제는 두 사람이 다시 미래를 이야기해야 할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대화가 줄었다고 해서 반드시 마음이 멀어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묻는 일까지 사라졌다면 작은 대화부터 다시 시작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출처

Lavner, J. A., Karney, B. R., & Bradbury, T. N. (2016). Does couples’ communication predict marital satisfaction, or does marital satisfaction predict communication? Journal of Marriage and Family, 78(3), 680–694. https://doi.org/10.1111/jomf.1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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